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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일상/밤의 여행자들

밤의 여행자들

by 화공생명공학과 19학번 2021. 7. 28.

[밤의 여행자들]은 내가 과거에는 정말 좋아했던 장르이자 지금은 전혀 즐기지 않는 추리 소설이다. 그럼에도 무슨 변덕이 생겨 이 책을 구매했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구매한 김에 읽기로 했다. 별로 쓰고 싶은 말이 없는데, '고요나'라는 인물이 정말 매력이 없는 데에 비해 '주인공'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부여받으면서 소설의 전개가 지지부진해졌다.

 

정말 요즘에는 현실적이고 평면적인 인물이 트렌드인걸까. 내가 이러한 인물을 싫어하는 이유는 오히려 현실적인 인물일수록 굉장히 입체적이고 모순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인물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도, 소설을 풍요롭게 만드는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정말 사람들은 이렇게 힘없고 수동적인 삶을 살고 있는걸까. 심리학과의 전망이 이렇게 밝을수가. 사람들에게 각자의 전문 상담가 한 명씩을 배당해주어야 한다. 오늘 소나기로 인해 귀가를 방해받은 김에 읽게 된 소설이라 그런가 귀가 후에 피로하고 심술이 가득찬 채로 쓰는 글이니 큰 오해 없길 바란다.

 

'고요나'는 느닷없이 직장에서 자리를 지키는데 위기를 느끼고, 전화위복을 위해 사표를 제출하려고 한다. 퇴사 대신에 여행사인 회사로부터 출장 겸 휴가를 받게 된다. 갑자기 여행을 좋아하던 지난 날의 나를 생각하며 '무이'라는 곳으로 떠나게 된다. 이 여행사는 '재난 여행'을 상품으로 파는 곳이고, 고요나는 여행객 입장으로 상품을 살피러 떠나게 된다.

 

패키지로 해외 여행을 갈 때 응당 그렇듯이 개성 있는? 짜증나는? 여행객들과 '무이'를 구경하게 된다. 여행사에서 가장 비싼 여행지임에도 불구하고 '무이'는 재난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지역이 아니다. '무이'가 경험했다던 재난도 싱크홀로,  크게 특별한 재난도 아닌 것 같다.

 

재난을 상품으로 팔아? 비윤리적인 것 같지만 넷플릭스에는 [dark tourist]라는 재난 지역을 여행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체험하며 찍은 다큐멘터리도 존재한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어둠을 찾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이미 이러한 컨텐츠를 접한 후라서 식상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요나는 여행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는 길에 누락되고, '무이'에 남겨진다. 그리고 '재난 여행지'로의 상품성 회복을 위한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 이후에는 그녀가 이 여행을 출발하는 것부터 음모였음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에 지배당하고 만다. 

 

이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개념은 '무이'에서 사람이 취급당하는 방식이다. '무이'에 남겨져 요나가 헤맬 때 본 노란 트럭이 사람을 온전히 즈려밟고 가는 것을 보게 된다. 나중에 밝혀졌는데, '무이'에서는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사람이 죽었을 때가 사람이 살아 있을 때보다 적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사람을 친 경우 친히 제대로 으깬다는 것이다. 

 

나는 정말로 타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모두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진다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그냥 내가 누리는 기쁨만큼, 아니면 그것보다 많이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조차도 (내 눈 앞에서가 아닌 다른 곳에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여담이지만, 나는 정말로 가진 것 하나 없지만 삶에서 많은 것을 누린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더 큰 것을 누린다거나 이런 것은관심이 없고 내가 느끼기에 나는 삶에서 많은 것을 받는다. 그저 뜬금없이 찾아오는 마음의 평화만으로 삶의 이유를 찾는 나는 가진 게 없는 대신 작은 걸 가져도 만족할 수 있는 아담한 그릇을 가졌나보다. 

 

다시 돌아와서 사람의 죽음이 삶보다 가벼운 '무이'는 부조리한 섬이라고 생각한다. 그 배경에는 누군가가 있고 또 누군가가 있겠지만 이 섬은 결국 사람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요나로 인해 이 섬은 재난 관광지로서 다시 큰 부흥을 일으킨다.

 

현실은 이렇게 때론 나를 두고 지나갈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매순간 후회하지 않도록 솔직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해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누구보다 거짓된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럼에도 아직 요나와는 달리 우리는 솔직해질 기회가 있으니깐, 우리 솔직하고, 또 행복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