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일상/우리는 자살을 모른다

인간실격으로 읽는 자살을 선택하는 마음

화공생명공학과 19학번 2021. 7. 15. 22:57

[인간실격]의 주인공 오바 요조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책에서 요조는 어려서부터 그런 성격을 가지던 '원래' 그런 사람인 것마냥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요조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사회적 출발선이 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은 '원래' 미지의 존재이고, 자기방어가 높은 성향인 사람들에게는 훨씬 위협적이다.

우리도 서로 미지의 존재이며, 위협이지만 요조와는 다른 삶을 선택하고 살아간다.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비슷한 또래들 집단 속으로 갑자기 집어던져진다.

 

오바 요조는 어려서부터 건강 탓에 학교를 곧잘 빠졌고, 기숙사 생활도 하지 못하며 아버지의 별택에서 지냈다.

요조에게는 집단 생활에 몰아넣어질 기회조차 없었고,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유아의 상태로 어른이 됐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몰라 꾸며낸 익살꾼 연극은 요조가 사람을 진실되게 대하는 방법을 영원히 모른 채로 남게 했다.

 

대학교에서의 그의 모습 역시나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창녀와 어울리게 된다.

요조가 자신과 창녀와 동류라고 표현한 것은 평생을 걸쳐 좌절을 거듭하고, 자기 파괴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온 것일지 모른다. 자기 파괴적인 행위 자체는 혐오스러운 삶에 대한 저항이었지만 요조는 그러한 삶에 수치심을 느꼈다.

 

이윽고 요조는 첫 자살 시도를 하게 된다. 카페 종업원 쓰네코와의 동반자살이었다.

쓸쓸하고 궁상맞은 그녀에게 느낀 동질감은 사랑인 것 같기도 했지만 둘은 함께 자살을 도모한다.

장난스럽기도 했다고 표현되어 있지만 둘이 같은 사람이라면 분명 장난 속에 진심을 숨겼을 것이다.

 

요조는 혼자 살아남게 되고 가족과 절연되며 그림을 그려 생계를 이어나간다.

이후 술에 중독된 요조를 불쌍히 여기는 시즈코라는 여기자의 집에 정부마냥 얹혀살게 된다. 

요조는 돌연 그 집을 떠나는데, 자신의 존재를 그녀와 그녀의 딸 시게코의 행복에 방해물이라고 여겨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요조는 모든 내용에서 전혀 발전하지 않는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지, 혹은 살고 싶기야 한것인지도 알 수 없고, 그저 미친듯 밑바닥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다.

요조가 간 곳이 어디였겠는가 스탠드바 2층에서 또다시 정부 생활을 하게 된다.

 

요시코라는 여성은 요조에게 마음을 쓰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어린 처녀였다.

그 둘은 결혼을 하게 되나 요시코가 강간당하는 것을 목격하고서 요조는 두번째 자살시도를 한다.  

다시 살아남은 요조는 다시 집을 나오고 헤로인에 중독되어 정신 병원에 가게 된다.

 

이후 이야기도 있겠지만 어쨌든 요조는 본인이 떨어지고 있는 가장 밑바닥이 죽음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자살 시도도 죽음으로 가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요조의 삶 자체에 살기 위한 선택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도 가끔 삶에 대한 혐오를 느낄 때 피어싱을 뚫는 둥 소소한 자해 욕구를 느끼고, 자기 파괴의 욕구도 느낀다.

하지만 나는 이 삶을 계속 살아야 하기 때문에 실행으로 옮기진 않는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버리면 나는 조만간 죽을 예정이 없어 결국 그 엉망인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살을 모른다]에서 대인관계이론에 따르면,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자살에 취약한 사람이라고 설명된다.

'좌절된 소속감'과 '짐이 된다는 느낌'은 자살 소망의 원인이 되고, 장기간 알코올과 헤로인의 남용과 두 차례의 자살시도는 자살 수행 능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자살을 모른다]는 전혀 위와 같은 플롯이 아니지만 단순히 내가 [인간실격]이라는 책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특별하게 이런 식으로 글을 쓰고 싶었다. 나 또한 자의식이 조금 강한 성향이고, 타인 앞에서 진실하지 못한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다. 나는 가볍고 불쾌한 농담 같은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